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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활/마실가기

산수유

요즘 3년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, 주말에도 출근하곤 합니다. 

그래서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하지 못하다가, 이번 주말에는 4일간의 이행 리허설을 하면서 개통테스트를 하는 00시 ~ 06시에 출근하여 대기하고 이틀간의 주말 낮 동안에 시간이 생겨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어봅니다.

초봄에 피는 꽃들은 아직 서늘한 기온때문에 곤충들이 많이 없어서 바람을 통해서 수분을 하는 것 같습니다. 그래서 그런지 바람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걸리적거리는 잎은 나중에 싹을 튀우고 꽃부터 피우나 봅니다.

산수유도 마찬가지로 잎이 나기전에 노랗게 꽃을 피웁니다.


산수유하면 가장 떠오르는 시(詩)가 바로 성탄제 아닌가 싶습니다. 어제 이 성탄제라는 시를 지으신 김종길씨가 별세를 했다고 합니다. 그를 추모하며, 중학교 국어 책에 나왔던 성탄제를 찾아봅니다.


성탄제(聖誕祭)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김종길


어두운 방안엔

빠알간 숯불이 피고,


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

애처러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.


이윽고 눈 속을

아버지가 약(藥)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.


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

그 붉은 산수유(山茱萸) 열매 ―――


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

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

열(熱)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.


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.

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(聖誕祭)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.


어느새 나도

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.


옛 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

성탄제(聖誕祭) 가까운 도시에는

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,


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

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,


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(山茱萸) 붉은 알알이

아직도 내 혈액(血液)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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